첫째 딸의 발렌타인 선물 - 초콜릿, 사탕, 그리고 손글씨 심부름 이용권에 감동받은 아빠 육아일기

평범한 오후, 예상치 못한 선물이 찾아왔다


오늘은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였다. 솔직히 말하면 아빠에게 발렌타인데이란 그저 달력 위의 숫자에 불과한 날이었다. 연인들의 날이라고는 하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기념일은 슬그머니 일상 속에 묻혀버리기 마련이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책상 앞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더니 우리 첫째 딸이 조심조심 다가왔다. 손에는 무언가를 꼭 쥐고 있었다. 고무줄로 동그랗게 묶인 작은 꾸러미. 초콜릿과 사탕, 그리고 손으로 직접 쓴 종이 몇 장이 함께 묶여 있었다.

"아빠, 이거 발렌타인데이 선물이야."

아이는 그 한마디를 남기고는 수줍은 듯 후다닥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그 순간 "어어, 고마워"라는 짧은 대답밖에 하지 못했다. 일에 집중하고 있던 터라 머리가 바로 전환되지 않았던 것도 있고, 갑작스러운 선물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순간적으로 몰랐던 것도 사실이다. 아이가 나간 뒤, 책상 위에 놓인 그 작은 꾸러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무줄을 풀어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 순간부터였다. 가슴 한쪽이 뜨거워지기 시작한 것은.

고무줄로 묶인 작은 꾸러미 속 큰 마음


꾸러미 안에는 초콜릿 몇 개와 알록달록한 사탕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아이가 가지고 있던 간식 중에서 골라 담은 것이리라. 포장이 화려하지도 않고, 리본이 달려 있지도 않았다. 그저 고무줄 하나로 꾹 눌러 묶어놓은 소박한 꾸러미.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그 어떤 명품 선물보다도 진심이 느껴졌다.

초콜릿과 사탕 사이에 끼워져 있던 종이 네 장. 그것이 바로 나를 완전히 무너뜨린 존재였다. 아이의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작성된 심부름 이용권이었다. 한 장 한 장 펼쳐 읽어보았다. "Hard 심부름 1회권", "Easy 심부름 3회권", "안마 1회권", "말 떠다주기 2회권". 삐뚤빼뚤하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쓴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 글씨 옆에는 작은 그림도 그려져 있었고, 나름대로 이용권의 형식을 갖추려고 네모 칸도 그려놓았다. 이 아이가 이걸 만들면서 얼마나 고민하고, 얼마나 설레었을까. 그 모습을 상상하니 코끝이 찡해졌다.

"Hard 심부름 1회권"이라니, 이 기특한 아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Hard 심부름 1회권"이었다. 아이 나름대로 심부름의 난이도를 분류해놓은 것이다. 어려운 심부름은 1회, 쉬운 심부름은 3회. 이 분류 체계가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아이의 머릿속에서 "어려운 심부름은 힘드니까 한 번만 해드리고, 쉬운 건 여러 번 해드릴 수 있으니까 세 번"이라는 나름의 논리가 작동했을 것이다. 이 작은 사고의 과정이 대견하면서도 웃음이 났다.

과연 아이가 생각하는 Hard 심부름은 무엇일까. 무거운 것을 옮기는 일일까, 아니면 먼 곳까지 다녀오는 일일까. 그리고 Easy 심부름은 휴지를 가져다주거나 리모컨을 건네주는 정도일까. 아이의 세계에서 정의된 난이도 기준이 궁금해지면서도, 그 기준 자체가 너무나 순수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이 이용권을 실제로 사용할 날이 올까. 아마도 나는 이 종이를 영원히 간직할 것 같다. 사용하기에는 너무 아깝고 소중한 선물이니까.

안마 1회권과 말 떠다주기 2회권의 감동


"안마 1회권"을 보았을 때는 정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의 작은 손으로 아빠의 넓은 어깨를 주물러주겠다는 마음. 실제로 안마를 받으면 간질간질하고 힘도 약해서 시원하지는 않겠지만, 그 작은 손이 어깨 위에 올라오는 순간의 따뜻함은 어떤 전문 안마사도 줄 수 없는 것이다. 아이가 "아빠 여기 아파? 여기 눌러줄까?" 하면서 조물조물 주물러주는 장면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 "말 떠다주기 2회권". 이것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밥을 떠다주겠다는 이야기다. 아이가 보기에 아빠가 일하느라 바쁘니까, 밥을 직접 떠서 가져다주겠다는 마음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 집에서는 가끔 아이가 "아빠, 밥 먹어"라고 불러주는데,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이 아이가 직접 밥을 떠서 가져다주겠다는 이용권을 만들었다니. 아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의 정성을 담아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아이만이 줄 수 있는, 돈으로는 절대 살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이 아닐까.

아이는 어디서 이런 생각을 배웠을까


사실 심부름 이용권이라는 아이디어 자체가 놀라웠다. 학교에서 배웠을 수도 있고,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이야기가 오갔을 수도 있다. 혹은 유튜브나 책에서 보았을 수도 있다. 경로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아이가 그 아이디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여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는 점이다. "아, 이런 것도 있구나" 하고 넘기는 것과, 실제로 종이를 꺼내 글씨를 쓰고 초콜릿과 함께 묶어서 부모에게 건네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아이는 그 거리를 스스로 건넜다. 누가 시켜서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마음먹고 준비한 선물이다. 발렌타인데이라는 날의 의미를 아이 나름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찾아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그저 "아빠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던 아이가, 이제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우리 첫째가 정말 많이 컸구나. 그 생각에 가슴이 벅찼다.

아이의 표현 방식에서 배우는 것들

어른들은 선물을 할 때 가격을 생각한다. 포장을 신경 쓰고, 브랜드를 따지고, 상대방의 취향에 맞는지를 고민한다. 물론 그것도 정성이고 사랑의 표현이다. 하지만 아이의 선물 방식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아이에게는 가격이라는 개념이 없다. 포장의 화려함도 중요하지 않다. 아이가 가진 것은 자기 앞에 놓인 간식 몇 개와 종이, 그리고 펜뿐이다. 그 제한된 자원 안에서 최선을 다해 마음을 담아낸다.

이것이야말로 선물의 본질이 아닐까 싶다. 내가 가진 것 중에서 상대방을 위해 기꺼이 내어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건넬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 아이는 자신이 아끼는 초콜릿과 사탕을 내어놓았고, 자기 시간과 노동력을 약속하는 이용권을 만들었다. 생각해보면 심부름 이용권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선물하겠다는 약속이다. 물질이 아닌 마음과 행동을 선물하는 것. 어쩌면 아이가 어른보다 선물의 진정한 의미를 더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삐뚤빼뚤 손글씨가 주는 울림

요즘 세상에는 예쁜 카드가 넘쳐난다. 인쇄된 문구, 디자인된 일러스트, 깔끔한 서체. 편의점에서도 서점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직접 손으로 쓴 글씨는 그 어떤 인쇄된 카드와도 비교할 수 없는 울림을 준다. 글씨가 반듯하지 않다. 줄도 맞지 않고, 글자 크기도 제각각이다. 어떤 글자는 너무 크게 써서 칸 밖으로 삐져나갔고, 어떤 글자는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이 바로 진심의 증거다. 한 획 한 획에 아이의 집중과 노력이 담겨 있다. 아마 혀를 쏙 내밀고 눈을 크게 뜨면서 정성껏 썼을 아이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진다. "Hard" 라는 영어 단어를 쓸 때는 맞춤법이 맞는지 몇 번이고 확인했을 것이고, "심부름"이라는 글자를 쓸 때는 받침이 헷갈려서 지웠다 다시 썼을 수도 있다. 그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아빠를 향한 사랑의 시간이었다고 생각하면, 이 종이 한 장의 무게가 천근만근으로 느껴진다.

일하는 아빠에게 다가온 아이의 따뜻함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 선물을 건네러 온 아이의 마음을 더 깊이 생각해보았다. 아이 입장에서 일하고 있는 아빠에게 다가가는 것은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아빠가 바쁜데 괜찮을까", "방해가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작은 마음속에서 오갔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선물을 들고 아빠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에 얼마나 큰 용기와 사랑이 담겨 있었을까.

그런 아이에게 나는 "어어"라는 대답만 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미안한 반응이었다. 물론 그 순간에는 일에 몰두하고 있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것이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서운했을 수도 있다. 아이가 나간 뒤에야 선물의 의미를 깨달았고, 그제서야 밀려오는 감동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아이에게 달려가 꼭 안아주어야겠다. "아빠가 너무 감동받았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선물이야. 우리 딸 정말 고마워"라고 말해주어야겠다.

첫째 딸이기에 더 특별한 이 순간

첫째 아이는 늘 특별하다. 부모를 처음으로 부모로 만들어준 존재이기 때문이다. 첫째가 태어나던 날, 처음 안아 올리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처음 뒤집기를 하던 날, 처음 걸음마를 떼던 날, 처음 "아빠"라고 불러주던 날.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해준 날. 이 모든 처음의 순간들이 모여 부모를 성장시킨다.

아이가 처음 선물이라는 것을 스스로 준비해서 부모에게 건넨 이 순간은, 아이의 성장에 있어서 하나의 이정표와 같다. 타인을 생각하고, 그 마음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 자신이 가진 것을 기꺼이 나누려는 마음. 이것은 단순한 선물 행위가 아니라, 아이가 사회적 존재로, 감성적 인간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의미이다. 첫째 딸이 보여준 이 아름다운 성장의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훗날 아이가 커서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자신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였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준 선물이라는 것

아이가 이 선물을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주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 발렌타인데이가 연인의 날이라는 것을 아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그 사랑의 의미를 자기 나름대로 확장했다. 연인 사이의 사랑만이 아니라, 가족 사이의 사랑도 발렌타인데이에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아이가 몸소 보여주었다. 엄마도 아빠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두 사람 모두에게 선물을 준비한 것이다.

이 아이의 너른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 엄마와 아빠가 각각 이 선물을 받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 말하지 않아도 같은 마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이가 이렇게까지 해주네"라는 감동과, "정말 많이 컸다"는 대견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부부 사이에 주고받는 선물도 물론 소중하지만, 아이가 부모에게 주는 이런 순수한 선물은 차원이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이 감동을 표현할 적절한 단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이 선물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아빠의 마음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심부름 이용권을 실제로 사용할 생각은 없다. 물론 아이가 "아빠, 왜 안 써? 써도 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 종이들은 사용하는 것보다 간직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이 삐뚤빼뚤한 글씨들이 담고 있는 시간, 정성, 사랑의 무게를 생각하면, 이것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가족의 보물이다.

나중에 아이가 더 자라면, 글씨체도 변할 것이고, 표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어쩌면 사춘기가 되면 이런 선물을 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이 시기, 이 나이에만 만들 수 있는 이 순수한 선물을. 나는 소중히 보관할 것이다. 그리고 가끔 꺼내 보면서, 오늘 이 날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 아이가 성인이 되어 독립할 때, 이 이용권을 보여주면서 말해주고 싶다. "이게 아빠가 받은 선물 중에 가장 좋은 선물이었어"라고.

육아의 보람은 이런 순간에 찾아온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고, 끝없는 걱정을 하고,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를 느끼는 순간이 수도 없이 찾아온다. 때로는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지치고 힘들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아이가 건네준 이 작은 선물 하나가 그 모든 힘듦을 순식간에 녹여버린다.

육아의 보람은 거창한 곳에 있지 않다. 아이가 건네는 작은 손글씨 카드 한 장, 갑자기 달려와서 안기는 포옹 한 번, "아빠 사랑해"라는 짧은 한마디. 이런 소소한 순간들이 모여 부모에게 큰 힘이 된다. 오늘 받은 이 발렌타인데이 선물은 앞으로 힘든 날이 올 때마다 나를 지탱해줄 하나의 기둥이 될 것이다. 아이가 주는 사랑의 힘은 그렇게 강하고, 그렇게 오래 간다.

마치며 — 세상에서 가장 귀한 발렌타인 선물


초콜릿과 사탕, 고무줄로 묶인 네 장의 손글씨 이용권. 시장 가격으로 따지면 아마 몇 백 원도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선물의 진짜 가치는 숫자로 매길 수 없다. 아이의 순수한 마음, 아빠와 엄마를 향한 사랑, 작은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정성껏 써 내려간 시간. 이 모든 것이 응축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선물이다.

우리 첫째 딸아, 아빠가 늦게서야 이 글을 통해 제대로 된 감동을 전한다. 네가 준 선물은 아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란다. 네가 만들어준 심부름 이용권은 아빠가 영원히 보물처럼 간직할게. 그리고 기억해줘. 아빠는 네가 이 세상에 존재해준 것만으로도 매일매일 발렌타인데이란다.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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